불과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임
눈이 작은 게 콤플렉스라 쌍꺼풀 수술이 하고 싶어서
관련 커뮤니티를 돌며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었음 그러다가 성형 예정이라는 어떤 사람이랑 말을 트게 됐는데
내 상황을 말하고 쌍꺼풀 수술이 하고 싶다니깐
아주 성심성의껏 조언을 해주는 거임
덧글로 대화 하다가 답답해서 카톡친추를 하게 됐는데
너무 거리낌 없이 본인 카톡을 알려주길래 뭔가 궁이가 있나 싶었지만 대화해 보니 생각보다 정상이고 말도 잘 통하는 거임 말하는건 완전 남자였지만 카톡프사도 되게 귀엽게 생긴 여성이었고 좋은 인연 되면 좋겠다는 식으로 그냥저냥 대화 이어가면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친한 친구로 꽤 오래 지내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서울에 놀러 간다기에
나도 서울에 볼일도 있겠다 급조된 만남이 성사됨 그렇게 역에서 만나 밥 먹고 시간 좀 보내다가앉아서 이야기 하는데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는 거임
그래서 뭐냐고 물으니 본인이 남자라고 하는 거
호르몬 중이고 어느 정도 지나면 성형도 할 거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임 근데 아무리 봐도 생긴 건 여자고 목소리도 여자고 내가 못 믿는 눈치니까 민증을 꺼내서 보여줬는데 거기엔 지금보다 더 앳된 모습에 머리까지 짧은 그 친구의 얼굴이 박혀있는 거임
그렇게까지 하니 나도 그냥 그런가 보다 넘어가게 되더라
딱히 그런 사람들에게 편견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신경 안 쓴다 오히려 호감이라며 얼버무리고 평소대로 잘 지내게 됨 근데 그 친구가 그 사실을 밝힌 이후부터 나한테 여성처럼 구는거임 전화도 자주 걸고 애교 같은 것도 부리고 마치 여자사람 친구와 여자친구의 중간단계 같은 느낌으로 솔직히 귀엽고 잘 통하니깐 마음 이동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다가 걔가 살고 있는 부산으로 놀러 가게 됨
한껏 꾸미고 머리까지 풀 세팅한 모습을 보니 대가리가 깨져서 자지가 뭐가 어떻냐 싶었음
한창 놀다 보니 저녁 시간대라 밥을 먹으러 갔는데 본인이 쏠 테니 고기를 먹자는 거임 그래서 콜 하고 사람 바글바글한 고깃집에 갔는데 자꾸만 술을 권하는 거임 차를 끌고 와서 안 된다 했지만 딱 한 잔만 하자면서 자꾸 술을 먹이려고 함 그때는 분위기도 들떴고 즐거우니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맥주 딱 한 잔 만하기로 함 술 딱 마시고 나니깐"운전 못하겠네"라면서 웃는데 이쁘긴 이뻤지만 순간 깨진 대가리가 봉합되면서 그 친구의 의도를 이해하게
됨...
평소 보추 장르를 즐겼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 대한 편견전혀 없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창작과 취미의 영역이었고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질질 끌면서 집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리고 아쉬워하며 붙잡는 그 친구를 뒤로한 채
도망치듯 부산을 빠져나왔음
그 일이 있은 후로도 친구처럼 대화를 하며 지냈으나
나의 거절이 그 친구에게도 충격이었는지 자연스럽게 교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