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에서 학교 다니고 있는데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자취하고 있음
주변에서 유일한 20평대 아파트이기도 하고
오피스텔도 없어서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음
지방이라 집 값 엄청 싸기도 하고
그래서 형도 아파트에서 자취하는
20대 후반에, 공기업의 우리 지역 지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었음
그래서 본격적으로 어떻게 만났는지 썰을 풀자면
원래 내가 어플 잘 안 하고
꼴릿할 때만 3달에 한 번 정도 어플 깔아서 남자 한 명 만나는데
지방이라 노픽이 대부분임
그래서 매번 별 기대 안하고 사진 있는 애들 중에만 골라서 연락 보냈는데
얘는 노픽이었음
근데 거리가 정확히 몇 미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걍 거리상 누가봐도 같은 아파트 단지다 싶을 정도라
바로 선쪽했음
내 앨범 공개하고 안녕하세요 이렇게.
180 초반, 70 키로 중후반, T라고 해놔서
체형도 괜찮을 것 같고 딱 조건이 내 이상형이었음
그래서 그 형도 사진 오더라
그냥 몸은 근육이랑 살이랑 적장히 있는 건장 체형이었고
얼굴도 남자다우면서도 살짝 강아지상 얼굴이었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그냥 혹시 무슨 관계 찾냐고 여쭤봤더니
자기는 뭐든 상관 없다고 그러길래
좀 더 대화하다가
다음 날 저녁에 집 근처 술집에서 보기로 했어
그리고 술집에서 처음 봤는데 실물이 사진보다 좀 더 나았음
들어올 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겠더라
진짜 괜찮은 애들은 항상 실물이 더 괜찮은 듯
어쨌든 그렇게 만나서 얘기를 하는데
아무리 술집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지라
막 이쪽 삶에 대해서 말하기가 부담스럽잖아
그래서 그냥 뭐하는지, 왜 여기에 살고 있는지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그 형도 집도 당연히 같은 단지였던 거는 눈치 채고 있었더라
근데 신기한 건 그래도 1000세대 가까이 되는 아파트라 동 수도 꽤 되는데 같은 동에, 같은 라인인거임
물론 층수는 5개 차이나서 평소에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음
나는 아무래도 대학생이라 형보다 집에서 나오고 들어오는 시간이 거의 매번 빠르기도 하고 이사한지도 얼마 안 된 상태였고
그래서 서로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평일 저녁이라 다음 날 우리 둘 다 스케줄이 있어서
12시 쯤 대화 마무리하고
집으로 같이 걸어갔음
솔직히 밖에서 단 둘이 걸으니깐 난 좀 설레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좀 어색한 상태였음
근데 그 형이 갑자기 어깨동무라고 해야하나? 자기 손으로 내 팔뚝( 허리랑 어깨 사이 ) 잡으면서 꽉 붙어서 걸어갔음
그러니깐 내가 부끄러운 티 내니깐
막 귀엽다면서 엄청 웃고 더 꽉 붙이고 그랬음
근데 진짜 집에서 걸어서 3분 걸려서 금방 도착한 게 좀 아쉬웠음
그렇게 같이 엘레베이터 타고
우리 집이 더 아래 층이라 내가 형 잘 가요 하고 내렸는데
갑자기 형이 따라 내리면서
너희 집에서 조금만 더 얘기하고 가도 돼?
그러는 거야
그래서 솔직히 아 떡치려고 그러나 생각 들길래
난 오래 보고 싶고 천천히 알아가고 싶어서
조금 고민하다가 그냥 그래요 하고 들여보내긴 했음
그냥 술 먹은 다음 식탁에 앉아서 먹을 게 떠오르는 게 과일 밖에 없어서 집에 있던 과일이 바나나랑 파인애플 밖에 없어서 그냥 그거 꺼내서 놔뒀음
근데 솔직히 두개 다 그냥 얘기하면서 후딱 먹어버리고 이제 뭐 먹을 것도 없고 멀뚱멀뚱 앉아서 대화하기도 웃기잖아 어색하고
그래서 그 형한테 안 피곤해요? 내일 일 가야하잖아요 이러면서 어색한 거 피하고 싶어서 가라는 거 눈치 줬음
근데 자기 발로 내 발 비비면서 나 갈까? 그러더라
나는 그 형 맘에 드니깐 막상 또 가면 서운할 것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아니요 근데 형은 저랑 뭐가 하고 싶은 거에요?' 이렇게 그냥 물어봤음
근데 그 형이 '너는 뭘 하고 싶은데?' 이렇게 반문하더라
솔직히 첫 만남부터 섹스하고 흥미 다 떨어지는 게 싫어서 '지금 형이랑 자고 싶진 않아요 그냥 더 알아가고 싶어요' 라고 얘기했음
그러더니 형이 '아 그래? 그럼 우리 내일 또 볼까?' 라고 해서 내가 그러자고하고 그 형이 그냥 내 손 한 번 잡고 흔들면서 나 갈게 내일 보자 하고 그 날은 그렇게 헤어졌어
나는바로물빨햇다
더죠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