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최연준.

중3때부터 분당에 위치한 위드빌 댄스학원에서 춤 실력을 갈고 닦았고,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빅히트에 옮겨와 결국 데뷔를 하게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연습생 동기 친구들과 형들은

먼저 데뷔했다가 정산 한번 없이 군에 입대하기도,

다른 기획사로 이적해 소소하게 인기를 얻기도 했고,

월말평가 결과로 방출되어놓고

인스타 라방을 켜 "자기 발로 나왔다"는 추한 변명과 함께 우리 팀의 로고를 타투로 새긴 팔을 보여주는 모순투성이의 형도 있었다.

나의 학창시절 추억,

그리고 자연 콧대와 맞바꾼 소중한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물론 제2의 방탄소년단을 꿈꿨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거구의 몸집에 걸맞지 않는 하이톤 애교와 인형성애자 혼혈 막내

액면가나 말투나 92년생 쭈 선배님과 동년배가 의심되는 또다른 막내

실력도 의욕도 없지만 컴백 준비기간만 되면 방시혁 피디님의 사무실을 자주 들락날락거리며 당당히 앨범의 센터를 차지하는 동생

그리고 이따금씩 나의 속옷을 가져가놓고 빨래하다 실수했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제자리에 돌려놓는 리더 동생

이렇게 모든게 애매한 5인조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바로 월드스타 BTS의 동생 그룹이라는 자부심은 모든걸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첫번째 멤버로 공개된 데뷔 티저는 하루만에 조회수가 수천만에 육박했고,

(후에 나는 이 영상이 우리 팀의 커리어하이가 될줄은 몰랐다.)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어그로를 끄는 데뷔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댓글엔 하나같이 내 잘생긴 얼굴에 감탄을 하며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런데 잠깐, 내가 저렇게 생겼었던가...?

그로부터 1년,

멤버 조합만큼이나 곡 성적도 애매, 팬덤도 애매하게 유지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이젠 별다른 긴장도 걱정도 기대도 되지않는

컴백을 3일 앞둔 어느날.

"얘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안무 맞춰보자."

팔 한쪽엔 배스킨라빈스 하프갤런을 끼고

다른 손으로는 열심히 마우스를 클릭중이던 리더는

"에이 형 어차피 연습하나마나예요. 우리 선배님들 빌보드 1위한거 못봤어요? 우린 그저 7년 계약기간 동안 열심히 코인타면 되는데 뭐~"라며 쳐다보지도 않고 연준의 부름에 답한 뒤 워너비 어깨춤을 추었다.

소파에 누워 실실대며 누군가와 카톡을 하던 범규는 맞아맞아 하며 동조했고,

막내 휴닝카이만이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오늘만 5병째 포도주스 2l를 해치우고 있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줄 태현 마저 아침부터 마이프로틴을 들고 헬스장으로 향했었다.

사실 연준도 수빈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이미 자기 자신 또한 데뷔때의 간절한 마음가짐따위는 잊어버린지 오래였기 때문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부엌 찬장 문을 뒤진 연준이

너구리 한봉지를 뜯어 끓이려던 찰나,

"팔로우하시는 ENHYPEN_twt님의 새 소식 확인해보세요." 라는 알림에 들고있던 라면도 떨어트리고 당장 트위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화면에는 연준을 극대노하며 울부짖게 만든 사진 한장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