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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때 만난 20살 소년가장 이야기

내가 21살때 종강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면서 집에서 컴퓨터만 했을 때 갑자기 최고급 사양 조립컴으로 컴퓨터를 바꾸고싶다는 욕망이 생겨서 무작정 알바몬 들어가서 알바를 찾았다. 이곳 저곳 찾아보다가 아웃백 서버 공고를 찾았고 가서 면접을 봤다. 면접이라고 해봤자 그냥 몇살인지, 아웃백은 자주 와봤는지, 비슷한 알바 경험 있는지, 최소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 그런거나 물어보고 다음날에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 출근할때 서버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그냥 하고싶은 영어이름 아무거나 말하라해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 이름을 말했다. 일은 정말 바빴다. 난생 처음해보는 아르바이트여서 계속 주변사람들한테 물어보면서 했었는데, 그때 유난히 나를 잘 도와주고 잘알려줬던 남자애가 있었다. 그 애가 서버 이름은 왜 그거로 했냐 물어봐서,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 이름이라고 했다. 

 

마감시간에 바닥을 닦고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할때 그 남자애는 자기 가방에다가 부쉬브레드랑 망고 스프레드를 한껏 담아갔다. 아까 잘알려준게 고마워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애는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거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 애가 편해졌다 느껴져서 그 다음날부터 모르는게 있으면 그 애한테 가서 물어봤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마감을 하고 서로 인사를 할 때 부쉬브레드랑 망고스프레드를 가득 챙겨가는 그 애를 보며 왜 저렇게 빵을 많이 챙겨가지 싶었다.

 

마침 집에 가는 방향도 어느정도 겹쳐서 나는 물어봤다. "근데 빵은 왜이리 많이 챙겨가는거에요?"

 

"아침 점심 대용으로 먹으려고요." 라고 대답하던 그 애의 가방은 유난히 낡았었다.

 

그렇게 모르는 게 있으면 그 애한테 물어보고 배우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며 나도 모르는거 없이 새로 들어오는 사람한테 알려줄 정도까지 되었다. 규모가 꽤 큰 아웃백이었어서 서버들도 많았었는데 저마다 친한 사람이 한두명씩 있어서 붙어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모습이 썩 부러워서 나도 그 애한테 물어봤다. "근데 몇살이에요?" 그 애는 20살이었다. 솔직히 놀랬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나보단 형일거라 생각했는데 한살 어린 동생이었다. 오히려 더 편해지기 쉬울거라 생각해서 말을 놔도 되냐고 물어봤고 그 애도 좋다고 대답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부쉬브레드를 한껏 챙겨가는 그애한테 그 빵이 그렇게 좋냐고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질린다.' 였다.

 

20살이었던 그애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오후에는 아웃백으로 오전에는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알바를 많이 하는 애라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아웃백이 리모델링에 들어가서 당분간 출근을 못하게 되고, 나도 개강 이후에도 계속 알바를 했었기에 알바를 하는게 많이 힘들었고 이 기회에  이제 일을 못할 것 같다고 문자를 드렸고, 이때동안 수고했다며 답장이 왔다.

 

그래도 아웃백 알바를 하는동안 친했던 그 애한테 인사라도 전해야겠다 생각해서 그 애가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아웃백에서 두블럭만 가면 있는 CU에 있었다.

 

"어서오세요. 어, 형이 웬일이야?"  

쭈구려서 매대 정리를 하던 그 애가 나를 보며 놀라했고, 나 이제 아웃백 그만뒀다고 그래서 인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애는 아웃백에서 친한사람 형밖에 없었는데하고 아쉬워했다. "학교 다닌다고 일하기 좀 빡세네."라고 말하며 사이다 두캔을 계산했다. 한캔은 카운터에 놔두고 가면서 마시면서 일하라고, 일 잘알려줘서 고마웠다고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애가 자기 곧 교대라고 할일없으면 자기 집에 가쟀다.

 

얘랑 집에 놀러갈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였으나 할일도 없었던 나는 알겠다고 했다. 십분정도 지났었나, 다음 근무자가 왔었고 그 애는 인수인계를 하면서 처음처럼 두병이랑 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원 두갑을 계산하면서 나한테 술 좋아하냐고 물었다.

 

잘 마시는 편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 소주를 봉투에 담고 창고로 들어간 그애는 봉투에 무언가를 가득 담아 나왔다. 뭐냐고 물어보니 폐기라고 대답했다.

 

그 애를 따라 그 애의 집으로 갔다. 리모델링중인 아웃백을 지나가며 걔는 아웃백 빵 못먹은지 오래됐다며 웃었다.

 

한창 걷다 낡은 빌라촌으로 들어가던 그 아이는 그 낡은 빌라촌 중에서도 유난히 더 낡아보이던 빌라의 반지하로 들어갔다.

 

"집 좀 더러운데 괜찮아?" 라고 물어봐서 나도 내방 돼지우리라 상관 없다고 말했다. 주방과 거실이 이어져 있고 화장실이 하나 있는 그런 낡은 원룸이었다.

 

주방에는 소주병이 다여섯개 널부러져 있었고 거실 구석에는 매트리스가 있었고, 매트리스 옆에 있는 행거에는 옷이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그 애는 편하게 있으라며 전자레인지에 곱창을 데웠다. 다 데워진 곱창과 소주와 종이컵 두개를 작은 탁자에 올려서 가져왔다. 맨날 혼자서 마시다가 누구랑 같이 마시니까 새롭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거야?" 하고 물어봤다. 그애는 응 하고 대답했다. 물어보고 싶은게 좀 많았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애는 서로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 건배도 없이 쭈욱 한잔을 들이켰다. 소주 한잔을 들이키더니 갑자기 말했다.

 

"나 가족 없어." 내가 이걸 물어보고 싶었던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 애는 그렇게 말했다. 이어서 그애는 자기가 17살에 집을 나왔다는 것도 말했다.

 

"왜 나왔게?"라고 그애가 말했다. 나는 글쎄.. 하고 소주를 들이켰다. 아마도 무거운 얘기가 오갈 것 같아서 마셔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형은 게이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묻자 나는 마시던 소주를 뿜을뻔했다. 나 게이인거 티가 났나? 애써 침착하며 "별 생각없는데 왜" 라고 대답하자 그애는 "나 게이야." 라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이자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온 그 애는 17살때 자기가 게이인걸 들켰다고 했다. 평소에도 학대를 당했던 그 애는 게이인걸 들키자 정말 심하게 맞았고 사탄의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날 그애는 집에 있던 현금을 닥치는대로 챙겨 집을 나왔다 했다. 어차피 집을 나가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그 이후의 그 아이의 이야기는 나를 힘들게했다. 그 아이는 정말 힘들게 살아왔고, 지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처참한 표정을 지은 나와는 다르게 그 애는 웃으면서 집 안나왔으면 이것보다 더 힘들게 살았을거라며, 어차피 자기 살던 집도 좆도 가난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창 자기 얘기를 하던 그애는 나한테 형이 나한테 먼저 친하게 대해줘서 좋았다고 집에 누구 데리고 오는거 오랜만이라 말했다. 

 

그 애는 다음주부터 공장에 일을 하러 간다며 잘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나면 놀러오라고 했다. 자기는 내가 편하다고. 그 애의 이런저런 사정을 들은 나는 괜한 동정심이 생겨서 알겠다고 했다.

 

가끔 그 애의 집으로 치킨이나 먹을걸 사들고 가면 그 애는 냉장고에서 소주랑 맥주를 꺼냈다. 그렇게 한 서너번 갔었을 때 쯤 평소와 다름없이 술을 마셨다.

 

유난히 조금 많이 마셨을 때 걔는 내 옆으로 와서 몸을 기댔다. 취했냐고 물어보자 걔는 난데없이 고맙다고 했다. 뭐가? 라고 물어보자 남자 좋아하는거 알면서도 안 싫어해줘서 고맙댄다. 웃겼다.

 

나는 벌러덩 들어누우면서 나도 남자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애는 진짜? 라고 물어보며 벌떡 일어났다. "그래 이새끼야~" 라고 말하며 나는 누워서 그애를 쳐다봤다. 그 애는 나를 꽉 안았다.

 

내가 그애를 찾아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내가 안주거리를 사가면 그 애는 술을 꺼냈고, 술 몇잔을 기울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딱 거기까지의 스킨쉽만 했다.

 

그렇게 자주 보다가 그 애는 난데없이 에버랜드에 가자고 했다. 자기 쉬는 날이라면서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했다. 너가 돈이 어딨어서 그러냐고 하니까 이때동안 안주 얻어먹은거 보답이랬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에버랜드로 갔다. 그 애와 나는 안타본 놀이기구가 없을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그때의 나는 21살의 거의 막바지였고 군대를 가야하는 나이였다. 2학기를 끝내고 나는 군휴학을 했다. 군휴학과 동시에 자취방을 빼고 본가로 오라는 가족의 전화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그 애를 찾아가서 나 군대간다고, 당분간 못볼거라고 했다. 그 애는 놀라면서 말했다. 그럴만도하다. 바로 지난주에 같이 에버랜드도 갔는데.. 미리 말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실 바로 가는건 아니고 본가로 가는거였지만

 

이상하게 그 애한테 가족한테 간다는 말을 하는게 미안했었다. 이상한 동정심이었다. 그래서 바로 군대에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휴가 나오면 만나자고 했다.

 

알겠다고, 그 애는 자주 연락하겠다고 했다. 본가에 도착했을 때 나는 훈련소라 거짓말하고 그 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인터넷 편지를 써주겠다는 그 애의 말에 됐다고 안해줘도 된다고 했다. 한달동안 그 애의 연락을 보지않고 진짜 입대를 했다.

 

그렇게 훈련소를 마치고 수료식때 폰을 켜보니 그 애에게 온 문자가 쌓여있었다. 나는 이제 훈련소 끝! 이라 보냈다. 그 애는 엄청 기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다시 훈련소로 들어갈 때 다음에 연락 또 한다고 문자를 보내는게 끝이었다.

 

이후에 자대를 배치받고, 첫휴가를 나가고, 두번째 휴가를 나가도 그 애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휴가 언제나오냐는 그 애의 연락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휴가를 나온걸 그 애가 알게됐을 때, 왜 나온거 말 안했냐고 그 애가 말했다. 나는 널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연락도 뜸해졌다. 결국에 내가 상병을 달았을 때 쯤에는 연락이 아예 끊어졌다. 그 애의 카카오톡은 (알 수 없음)으로 바뀌었다.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고 다시 자취방을 구해 그곳으로 갔을때, 그때 그 빌라에 가서 벨을 눌러봤지만 다른 사람이 나왔었다.

 

그렇게 그 애가 잊혀져 갈 때 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그 애를 봤다. 그 애는 부산으로 내려간 것 같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직장이 생긴 것 같았다. 굳이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댓글
22
  • BEST
    2021.06.21

    갖고놀았네

  • BEST
    2021.06.22

    소설은 재밌지만 현실이란건 이렇게 뜨뜨미지근하기 마련

  • 2021.06.21

    뭐지?

  • 2021.06.21
    본인이 삭제한 댓글이에요
  • 2021.06.21

    갖고놀았네

  • 2021.06.21

    제발 다시 연락해

  • 2021.06.21
    본인이 삭제한 댓글이에요
  • 2021.06.21
    본인이 삭제한 댓글이에요
  • 2021.06.22

    똥이 직장까지 내려왔는데 나오려던거 참은느낌

  • 2021.06.22

    결론은 걍 질렸다는거네

  • 2021.06.22

    소설은 재밌지만 현실이란건 이렇게 뜨뜨미지근하기 마련

  • 2021.06.22

    …? 도대체 왜 연락을 씹은거지…

  • → 23524805
    2021.06.23

    별로 식 안돼서 씹엇겟지

  • → 83904624
    2021.06.23

    너무하다 그래도 저건 친구로라도 지낼수 있잖아 저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면 어쩌려고 저런 행동을해

  • → 23524805
    2021.06.23

    한 사람의 삶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나? 😑

  • → 83904624
    2021.06.23
    안면이 하나도 없는 어플상에서 몇번 만나면서 친해진거면 이해하는데
    저건 같이 알바도 친하게 지냈대잖아 걔가 자신이 커밍해서 거리둔건가 라고 생각할수도 있지
    삶도 힘들게 산거 같은데 개불쌍해
  • 작성자
    → 23524805
    2021.06.23

    스타일은 뒷전이고 저렇게 큰 짐을 들고 있는 애를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었음 이기적인거 맞음

  • → 85872579
    2021.06.23

    쓰니도 힘들고 걔도 힘들었겠네, ㅠㅠ 마음 아프다

  • 작성자
    → 23524805
    2021.06.23

    다시 빌라갔을 때 다른사람 나오는거보고 가슴 철렁했었다 너말처럼 자살이라도 했을까봐 그래서 글에선 안적었지만 찾으려고 되게 노력했어 근데 인스타에서 맛있는거 먹는것도 올리고, 부산바다도 찍어서 올리는거보고 잘살고 있구나 싶어서 굳이 다시 연락안했어

  • → 85872579
    2021.06.23

    그친구 멘탈 강한가보다ㅠㅠ 걔도 너 의지 많이 했었을텐데 대단하네

  • 2021.06.22

    이건주작아닌거같아서좋네

  • 2021.06.22

    위에 네줄 읽고 걍 쭉 내렸어!!

  • 2021.06.22
    본인이 삭제한 댓글이에요
  • 2021.06.23

    연락 왜씹었는지 이유도 안알려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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