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 것 같아. 양해 좀 해줘
난 고2 때 내가 이쪽이 확실하다는 걸 알게 됐어.
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하면 내 인생은 끝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일틱한 척 겁나 하면서 학교 생활을 했지,
근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어.
수업시간에 수학쌤이 본인 지인이 게이라는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분이 쌤한테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고 나서 "예전처럼 친한 사이로 계속 지내고 싶은데 그래줄 수 있어?" 라는 말을 했대.
쌤은 조금 놀라시기는 했지만 차별적인 시선 없이 그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하셨어.
쌤 말씀을 듣고 있는데 왠지 동질감 들고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하는 거야,...문제는 귀까지 빨개짐..
그랬더니 애들이 날 보고 왜 갑자기 얼굴 빨개지냐면서 혹시 게이냐고 막 질타하기 시작했어ㅜ
너무 당황스러워서 계속 아니라고 했는데도 애들이 계속 놀리니까 진짜 인생 끝나는 줄 알았음...
선생님도 당황스러우셨는지 애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하신 다음 계속 수업을 이어나가시더라...
이후 쉬는 시간에 날 조용히 부르시더니 괜찮냐고 걱정해주셨어ㅜ
솔직하게 이쪽 맞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 안 될 것 같아서 끝까지 아니라고 말씀드렸어.
열이 있어서 살짝 홍조가 생긴 건 맞지만 애들이 짓궂게 놀려대니까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더 빨개진 거라고 말씀드리니까 쌤이 알겠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쌤한테 다음 시간에 해명해 달라고 부탁드렸어.
감사하게도 쌤이 다음 시간에 정말로 해명해 주시더라.
남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함부로 망신 주려고 하는 건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내가 이쪽이 아니라고 간단명료하게 전달해 주셨어.
그 이후에도 나한테 진짜 이쪽 아니냐고 몇몇 애들이 장난스럽게 물어봤는데 내가 정색하면서 아니라고 신경질내니까 어느순간부터 잠잠해졌고 다행히 아웃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어.
그리고 내가 공부 열심히 하면서 오해받을만한 행동을 딱히 하지도 않았고 애들하고 잘 지면서 학교 생활 열심히 하니까 애들이 더 이상 오해 안 하더라..(사실 오해가 가 아니었지만...)
남의 일은 보통 금방 잊혀지잖아? 애들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는 것 같음.
친구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물론 진실은 빼고) 친구가 오해 받아서 많이 속상하지 않았냐고, 당연히 내가 더러운 게이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해 주는데....(+ 비하발언...)
친구의 말 때문에 더 속상했어...
날 있는 그대로의 친구로 받아줄 거라 기대했는데...ㅜㅜ
커밍아웃은 정말 인생 망하는 지름길인 것 같아.
앞으로 친구들과 술도 못 마시겠어. 취해서 내 비밀을 발설해버린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테니.
남자애한테 성추행 당할 뻔하지 않나, 비밀을 들킬 뻔하지 않나... 진짜 내 학교생활도 다사다난했다...
이제 학교 생활은 거의 끝났으니 재수 준비를 해야지ㅜ
친구도 너가 게이라는걸 모르고 한 말일거야
주변에 알려지는게 나도 두렵긴 하지만 힘내자!
기여워
ㅋㅁㅇㅇ 잘못하면 소셜데스지...ㅋㅋ ㅅㅊㅎ 당할 뻔했다는 썰도 궁금하네 무슨 일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