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5년 9월, 중학교 2학년에 조짐을 보이기 시작함.

 

러비가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정착하고 틀을 잡아가던 와중에

 

벚꽃 잔뜩 휘날리던 4월에 학교 담임 선생이 갑자기 이런 말을함

 

'왜 얼굴이 하얗냐.' '게이같다.' 라고

 

사실 저 말을 들었던 당시에는 그렇게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냥 유머러스하게 지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음.

 

근데 문제는 생각의 폭이 좁았던 당시 중학교 2학년 짜리 애들은

 

평소에도 내가 체육을 싫어하고 그림 잘그리고 여자애들이랑

 

편하게 잘 지낸다는 추측만으로 게이인걸 판단내버린거야

 

여름 방학 직전인 6월에는 학교 교실에 있는 TV로 내 페이스북

 

들어가서 얼굴 사진 띄어놓고 기지배같다고 욕하고.

 

9월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해서

 

아예 대놓고 선생님 앞에서 남자랑 섹스하면 에이즈 걸리지 않냐

 

똥꼬로는 어떻게하냐는 저주스러운 말을 듣고

 

위로를 해주겠다고 온 친구는 개독교 신자였는지

 

반동성애 팜플렛을 가져다 줌.

 

그렇게 겨울방학이 왔을 때 심각하게 자퇴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음

 

급식먹을 때는 밥이 토가 쏠려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그 때는 아직 용기가 없어서 이런 고민을

 

가족들한테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든 시기였음.

 

그렇게 그냥 애들이 나를 왕따 시킨다~ 이렇게 말했더니

 

하나같이 엄마 아빠는 일단 가만히 있고

 

너무 심하게 괴롭히면 증거를 수집하란 말 밖에못해주더라.

 

근데 나 때는 수업시간에 폰을 압수하는 교칙이 있었고

 

엄마 아빠 말대로 녹음이라도 시킬라고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건데

 

선생님들은 그런 속사정도 몰라주고

 

내가 아웃팅 당하는걸 방관하면서 오히려 더 크게 조롱하는데

 

힘을 더해줌.

 

자퇴는 안 할려고 했음, 여기서 중학교 졸업 못하면 끝장이다.

 

라고 생각해서 꾸역꾸역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갔고.

 

상황은 더 심해지기만 했지 좋아지진 않았음.

 

그리고 사실 중학교 1학년때 나만 게이였던건 아니였어.

 

나랑 친하게 지내던 ㅈㅇ 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걔랑 몰래 만나서 꼬추도 만지고 키스도 했었어.

 

근데 걔가 날 배신때리고 날 괴롭히는 애들 사이에서

 

같이 웃고 떠들고 있더라.

 

그렇게 또 1년이 지나서 내가 졸업식에 갔을 때

 

애들이 그제서야 나보고 말하더라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무책임스럽게.

 

걔내들은 그냥 단 한마디로 남의 인생을 쉽게 무너뜨리는데

 

그거에 아무것도 대응할 수 없었던 내가 싫었어.

 

그 때 트리우마로 고등학교는 진학 안했고

 

18살이 되던해 엄마 아빠한테 커밍아웃을 하고

 

검정고시 봐서 그래도 내 꿈과 관련된 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중이야.

 

아웃팅으로 힘들어하는 러비들 있으면

 

그냥 이 조언 하나 해주고싶어

 

가장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건 가족뿐이야.

 

가족도 없다면 스스로 일을 해결해나가야겠지만

 

너가 성소수자이기전에 한 가정의 자식이잖아

 

괴롭힘을 당하고있다면 엄마랑 아빠한테 말해.

 

누구보다도 더 좋은 해결책을 가지고있을거야.

 

그리고 아웃팅은 녹취록이나 캡처본 있으면

 

모욕죄랑 명예훼손으로 처벌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