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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바 간 썰

그 날은 친구들과의 술 약속이 있어 이태원에 간 날이었음

 

펍에서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채로 나와서 거리를 걷는데

 

이태원이 처음이던 친구 한 명이 '이태원은 게이 문화가 유명하지 않냐' 는 말을 꺼냈다

 

선입견이긴 하지만 이태원에 게이 전용 클럽이나 게이바가 많다는 얘기가

 

인터넷이나 풍문으로 널리 퍼져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게이 클럽에서 목격된 연예인 얘기나 게이바에 들어가면 함부로 나올 수 없다느니 하는 실없는 소리를 시작한 우리들이었는데

 

그럼 게이바에 한 번 가보지 않을래 하고 말을 꺼낸 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취기 때문이었는지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모두 재밌어하며 동의하였고 인터넷에 '이태원 게이바' 등을 검색해보니

 

가가운 곳에 그런 가게들이 모인 골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음

 

골목에 도착해보니 분명 인터넷에는 게이바라고 나와있지만 외관과 드나드는 손님들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가게들이 늘어져 있는게 보였음

 

게이바라고 해서 간판에 무지개빛 네온사인이 빛난다거나 가죽으로 된 티팬티를 입은 남성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수수한 모습에 실망했다기 보다는 정말 여기가 맞는지 의아했던 것 같음

 

그렇게 골목에 서서 한참을 서성이던 우리는 적당한 곳을 정해 들어갔음

 

들어가보니 입구 근처 테이블에 여자 손님 두 명이 앉아있었고 바에는 바텐더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칵테일을 만들고

 

그 앞의 의자에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음 

 

우리도 적당한 테이블을 잡고 앉아서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젊은 남성이 주문을 받으러 옴

 

지금도 생각나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아이돌로 착각할 정도의 미소년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하얗고 깨끗한 피부가 반짝거렸고 커다란 눈과 앵두같은 입술에 눈이 가는 예쁘장한 사람이었음

 

적당히 저렴한 칵테일을 각자 주문하고 어색하게 가게 안을 힐끔힐끔 구경하고 있는데

 

중년 남성이 여자 손님들과 대화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음

 

그리고 나는 그 때 여기가 게이바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는데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일반적인 남성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건 둘째 치고

 

본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언니'를 사용한다거나 여자 손님들에게 '이년들아' 라는 말이나 

 

'하여간 보지들은 이래서 문제야' 등의 소리들이 들려왔기 때문이었음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며 난처한 웃음을 지어보이니 친구들도 눈치챘는지 어색하게 웃었음

 

옆에선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대화하고 있고 우리만 타국에 떨어진 이방인처럼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침묵이 깨진 건 중년 남성이 '오빠들은 게이야 일반이야' 하고 우리에게 물어온 순간이었음

 

내가 '일반입니다 그냥 호기심에 한 번 와봤어요' 하고 대답을 돌려주자 

 

그런 손님이 적잖게 있는건지 놀라거나 불쾌해하는 기색 없이 재밌게 놀다 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여자 손님들에게 '오빠들 일반이래 니들이 꼬셔봐 이년들아' 등의 말을 시작했는데 

 

그 말에 내가 여자들 쪽을 보자 한 명이 웃으며 나와 눈이 마주쳤음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보이자 그쪽도 비슷한 반응

 

하지만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바텐더가 음료를 가져와서 우리가 드디어 목을 축이려던 그 순간

 

갑자기 바텐더가 빈 자리였던 내 옆에 앉았음

 

무슨일인가 싶어 바텐더를 쳐다보자 내 의문에 답하듯 돌아온 말은 

 

 

'오빠 진짜 잘생겼다' 

 

 

그 커다란 눈망울에 잠시 말을 잃은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시원찮은 대답을 돌려주었음

 

그쪽이야말로 진짜 잘생기지 않았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마도 내 인생에서 실제로 본 중 가장 예쁘고 잘생긴 남자일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 조리있게 대처할 능력이 없던 나는 

 

그저 감사 인사와 함께 쓴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내가 칵테일을 한 모금 들이켰지만 바텐더는 여전히 내 옆에 앉은 채였고

 

심지어 방금 전보다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음

 

앞에 앉은 친구들을 보니 그 놈들은 이미 웃음이 터지는걸 참고 있었고 

 

입모양으로 잘해봐 라고 미친 소리를 하기도 했음

 

바텐더는 내게 나이나 여친 유무 등을 물어봤고 나는 적당히 대답해주며 

 

힐끔 힐끔 그를 쳐다봤는데 남자가 이렇게 예쁘게 생길 수 있나 싶을 만큼 그 얼굴은 잘생겼다기 보다는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새하얀 피부에 까맣고 커다란 눈

 

그 아래 오똑하게 솟아있지만 선이 부드러운 코 

 

설국의 산딸기처럼 붉은 입술

 

그런 미인이 내게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주며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손님이 올 때마다 늘 반복하는 접객일 뿐이겠지만

 

내심 기뻤던 건 사실이니까 솔직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쪽도 잘생겼어요' 하고 웃으며 대답한 건 내 잘못은 아닌 거겠지  

 

그 말을 듣고 바텐더는 기쁜듯 웃었고 이내 나의 허벅지에 본인의 작고 가느다란 손을 올려놓았다

 

내가 움찔 놀라며 그를 쳐다보자

 

천천히 내 귓가에 다가온 그의 입술이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음

 

'나랑 한 번 할래요?' 

 

'...네?'

 

'저기 뒤쪽에 화장실 가서'

 

당시의 나는 이게 장난인지 진심인지 분간하지 못할 만큼 그저 당황했었고 이런 것까지 접객의 일환인가

 

손님과 이런 일도 하는 건가 등 머리 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음

 

구원의 눈빛을 담아 친구들을 쳐다봤지만 귓속말이라 친구들에게는 들리지 않았고 그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대화에 빠져 있었음

 

어쩔수없이 바텐더에게 귓속말로 거절의 말과 함께

 

'그런 건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거에요' 하고 말을 했다

 

내 말을 듣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은 그는 

 

'그럼 입으로만 해줄까요?' 하고 내게 물어왔고 

 

'괜찮습니다' 

 

나의 단호한 거절의 말에 바텐더는 아쉬운 듯 웃었고 마지막으로 내 허벅지를 손으로 한 번 스치고는

 

'오빠 되게 착하구나' 하는 말과 함께 카운터로 되돌아갔다  

 

그 뒤로는 별 다른 일이 없었고, 나와 친구들은 각자 주문한 칵테일을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리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에 서 있던 내게 바텐더가 등 뒤로 다가왔고

 

또 귓속말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운 내게 그는 목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는 

 

'안녕히 가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취기 때문인지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 나는 서둘러 가게에서 나와 차가운 겨울 바람에 몸을 식혔다

 

골목을 나서며 가게를 한 번 돌아보니 어두운 골목 아래 은은하게 발하는 보랏빛 조명이 마치 한 송이 코스모스 같았고

 

그 모습이 그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4
  • 2022.04.16
    본인이 삭제한 댓글이에요
  • 2022.04.16

    어느 겨울 밤이었다 < 이거 뭐노; 봊감성 존나 나서 좆팍식

  • 2022.04.17

    여름이었다...

  • 2022.04.17

    존나 시티에서 쓴 글 퍼온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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