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어느덧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난 상병 물봉, 배상병은 병장 3호봉쯤 되었을때였다.

그렇게 계속 될 것만 같던 우리는 내가 갑작스런 전출 명령이 나면서 함께 지낼 시간이 몇일 안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내 전출 명령에 나보다 더 서운해 했던 건 배병장이었다. 

‘짜식, 너도 전출 명령 나긴 나는구나.’ 

‘예. 전 안날줄 알았는데, 가라면 가야지 않겠습니까...’
배병장과의 헤어짐도 아쉬웠고 이병때부터 함께 지내왔던 체스터와 눈에 익은 물건들, 그리고 함께 지내왔던 선,후임들 모든 것들이 아쉽기만 했다. 

한때는 힘들어서 빨리 전출만 나기를 바랬던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간다니깐 왜 계속 눈물이 나려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아쉬운건 아쉬운대로 그리운건 그리운데로, 미련은 미련대로, 

1년간 함께했던 동기, 선임, 후임, 그리고 배병장.    

3일정도 남겨두고 난 그렇게 하나 둘 물건을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마음도 잡아갔다.

배병장이 처음에 여기 상병으로 전입을 왔을때처럼 전입병은 짬밥이든 아니든 타부대에선 텃세가 심한걸 직접 눈으로 봐왔던 나였기에, 어떻게든 확실하게 행동할 가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금요일 밤. 우리 내무실은 또다시 윤밴을 보려고 도전하는 사람들로 있었다.

우리, 배병장과 나도 티비에 눈이 가있다. 그러다가 배병장이 이불을 서로 포갠 사이로 손을 살짝 넣어온다. 그러고는 나를 처다보는 듯 했다.

‘자냐?’

‘아닙니다’

‘야 이게 우리가 보는 마지막 윤밴이네, 하하’

그의 눈웃음과 함께 그 말은 내 가슴속에 뭔가 확 박혔다.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그러고는 군대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기억이다. 

이병때 여자친구와 헤어질때도 안흘렸던 눈물을 말이다.

다행히 어두운 곳에서 티비 불빛만 있었기에 배병장에겐 내 눈물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물을 흘린다는건 창피했기에 고개를 돌리면서 ‘아 자야겠습니다’ 하곤 돌아 누웠다.

서로 손은 잡은체...
(근데 그거 알죠? 눈물이 나면 이상하게 콧물도 나는 경우요;;)

돌아서서 흐르는 콧물을 ‘킁’ 하니깐 배병장이 손을 더 쎄게 쥐었다.
그러고는 배병장이 부른다.

‘야 담배나 한 대 태울까?’

‘..........’

‘야 따라나와, 담배피고 싶어졌다’

그렇게 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따라 나가게 되었다.
상황은 일병 그때와 똑같았다. 

컵라면을 들고 밤에 먹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그 장면처럼...

내가 ‘휴’ 하고 한숨을 쉬자 담배를 꺼내서 내 입에 억지로 물린다.

그러고는 불을 붙여주는 배병장...

‘왜 한숨이냐, 가기 싫냐?’

‘하하 그냥 기분이 이상해서 말입니다. 정든 곳 가려니깐 이상하게 기분이 울쩍한데 말입니다’

‘원래 다 그래, 나도 그랬어, 근데 가고 나면 금방 또 잊고 잘 적응할껄?’ 

‘그렇습니까?’

‘그래, 그래도 난 잊지마라’

‘하하 어떻게 배병장님을 잊습니까, 우리가 어떤사이인데, ㅋㅋ’ 하곤 웃으면서 난 말했다.

‘우리가 어떤사이? ㅋ 의미가 뭐냐?’

‘에이 아시면서 또 물어봅니까...’ 항상 그런식이었다. 한번쯤 확인하고 싶어하는 말투.

‘야 넌 내가 좋냐?’ 그의 말에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지만 난 너무 쉽게

‘좋지말입니다’

‘아니 그런거 말고 진짜 좋냐고,,,’ 

‘.....’ 

생각해보면 우린 여태까지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의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네 좋습니다.’ 

‘나도 그렇다 하하, 그래서 니가 가는게 좀 아쉽네, 친구같고 동생같은 후임이었는데,,’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이렇게 웃음으로 확인하고

그렇게 우린 앉아서 처음 만났던 날 서로의 느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의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어서 이야기 하면서 웃었다. 

함께한 6개월이란 시간의 기억이 어찌나 잘 나오던지, 한참을 웃으면서 그리고 어느때와 다를바 없이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1시간 가까이 마지막 남은 금요일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