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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너에게 ep.2

"나도 볼 만져봐도 돼?"

 

말과 함께 다가오는 손 길에 이미 내 볼은 정민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조물락거리며 만져댔다. 이내 흡족하다듯이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한다.

 

"너 볼 진짜 찹쌀떡같이 부드럽다"

 

조금 민망하여 고개를 뒤로 뺏다.

'뭐가 부드럽다는 건지..'

속으로 생각했다.

 

어느새 취침시간이 다가왔다. 저녁 9시에 저녁점호를 시작했다.

또 그 좁디좁은 자습실에 모든 학생들이 모여 다음날 입학식 주의사항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설명하셨다.

 

"질문있는 학생있으면 손들어서 물어보면 됩니다. 질문?"

 

서로 얼굴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고객를 숙였다.

"질문없으면 다들 돌아가서 취침준비하도록"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뛰쳐나갔다.

 

나는 목이 말라 중앙 홀로 향했다. 자습실에서부터 중앙 홀까지는 거리가 멀다.

중앙 홀을 기준으로 좌측은 여자기숙사, 우측은 남자기숙사, 중앙 홀 맞은편에는 사감실이 있었다.

자습실은 복도에서 가장 끝인 양쪽에 위치해있다.

 

중앙 홀에 비치된 정수기에 꽂혀진 종이컵을 뽑아 물을 담았다.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들다 어두운 창문에 비친 내 뒤에 누군가 서있었다.

나는 마시다 말고 뒤를 빠르게 돌았다.

 

"깜짝이야.. 저기.. 물 마시게 비켜줄래?"

"아.. 아 네넵.."

 

학생회장이였다.

학생회장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종이컵을 쓰레기통에다가 넣었다.

나도 마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근데 너는 어디 과야?"

 

허리를 숙이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조금 당황했다.

 

"저는 조리과학과 입니다"

"그래? 요리 잘하나보네"

"그냥.. 좋아서요"

 

내 대답이 흡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숙였던 허리를 폈다.

 

"그래 시간 늦었으니까 어서 들어가"

"네.. 안녕히가세요"

 

의미있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허리를 숙여서는 내 두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가깝게했던 학생회장의 행동은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이상했다. 중학교때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는 나에게 헤어지자며 말했던 것이 있었다.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거 같아'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여자애를 좋아했다.

내 진심은 전혀 전해지지 못한 채 그렇게 헤어짐을 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누구랑도 사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두근거림을 느끼지도 않았다. 아니 느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설레임을 느끼는 건 나쁜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남자에게 말이다.

당황스럽다.

 

부리나케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눈을 질끈감았다.

자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본 정민이는 아무말없이

방의 불을 껐다.

 

길고 긴 밤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렀다.

눈을 떠보니 창문에 커튼이 쳐져있었음에도 쏟아져 내리는

햇살은 내 얼굴을 비추었다.

 

몸을 일으켜세워 침대에 가만히 앉았다.

고요하다. 고요하다 못해 조용했다. 옆 침대 자고있어야 할 정민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욕실로 향했다. 2인실과 4인실에는 각 방에 화장실이 있다.

 

속옷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 샤워를 했다.

샴푸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질끈 감았다.

눈을 감으니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또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 씻고 나오니 정민이가 침대에 허리를 기대어 누워있었다.

 

"어디 나갔다 왔어?"

"아침에 뛰는걸 좋아해서 운동하고 왔어"

"아 조깅?"

"응"

"운동을 좋아하나 보구나.."

"다음에 너도 할래?"

"아.. 아냐 나는 운동 잘 못해서"

"그래"

 

말이 끝나자 정민이는 입고있던 상의를 벗더니 씻느다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젖은 머리를 말리러 드라이기를 꺼냈다.

'윙~' 소리와 함께 내 머리카락 힘껏 말렸다.

 

말리다보니 모든 방에서 '딩동댕동' 소리와 함께 마이크에 바람 넣는 소리가 들렸다.

"현 시간 7시 모든 학생들 기상하여 07시 20분까지 중앙 홀로 집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어느 기숙사 방에서는 곡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먼저 밖으로 나섰다.

중앙 홀에는 점점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여학생들 남학생들 구분 할 것 없이 모두 학년별로 줄을 섰고

학생회장과 부회장은 새천년 국민 체조를 맨 앞에서 서서 시범을 보였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새천년 체조에 당황스럽지만

익숙한 동작들이 점점 나오자 자연스레 따라 체조했다.

 

체조가 끝나고 우리 모두 아침 식사를 하러 급식실로 향했다.

반찬은 오징어볶음, 나는 아직도 만화 김정열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급식실을 떠나는 몇몇 학생들이 보였다.

먹다보니 맛있어서 나는 꼭꼭 씹어 먹었다.

정민이는 다 먹었는지 내 앞에서 핸드폰을 만지며 앉아있었다.

 

마지막 한 숱가락을 입에 털어놓고 일어나려니 정민이도 맞춰서 일어난다.

내가 다 먹을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책가방을 메고서는 정민이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학교 본관까지는 걸어서 10분거리다.

 

아직 3월 초여서 날씨가 몹시 추웠다.

바람이 불때면 뼈가 애리도록 아파왔다.

교복 위에 입고있던 후드 집업의 모자를 머리에 씌워 끈을 조였다.

 

1학년 4반, 조리학과

 

정민이는 나와 다른 학과여서 우리는 자연스레 각자 반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다. 제일 먼저 도착한거 같다.

아무자리에 앉아서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5분 정도 앉아있었을까? 머리를 뒤로 묶은 여학생이 반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작고 귀엽게 생겼었다. 명찰에는 박하늘이라고 적혀있었다.

박하늘은 나를 보며 인사했다.

 

"하이?"

"어.. 안녕?"

"너랑 나밖에 안온건가? 나 너 옆에 앉아도 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옆 책상에 앉았다.

 

"반가워 나는 박하늘, 너는 이름이 뭐야?"

"아, 나는 김우신"

"김..우신 잘지내보자!"

"응 그래.."

 

하늘이는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다. 나랑 정반대의 성격이다.

이후에는 하늘이는 우리 반의 반장이 되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반 문이 또 열렸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학생회장이였다.

 

"우신아, 기숙사 복도에 카드가 떨어져있더라"

 

부모님께서 타지에서 등교해야할 나를 위해 필요한게 있으면 사라고 만들어주신 체크 카드가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 다음부터 잃어버리지 마"

"네.."

 

학생회장은 카드를 주고 바로 자리를 떴다.

하늘이는 저 사람 누구냐며 나에게 고양이 눈을 뜬채로 물어봤다.

학생회장이라고 말해주니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학생회장이냐며

이 학교로 진학한 것을 잘했다며 셀프 칭찬을 했다. 

 

곧이어 줄줄이 사탕처럼 반 아이들이 빈 교실을 꽉 채웠다.

술렁술렁대던 반에서 다들 어디서 왔냐며 서로 탐색하기 시작했고

나는 질문에 답하는 것만 반복했다.

 

그렇게 박하늘, 이기훈, 차지연, 박재민과 친해졌다.

그들도 내 피부가 부드럽고 하얗다며 신기했고 특히 재민이는

자주 내 볼을 꼬집고 만져댔다.

 

나와 하늘이를 제외한 세 명은 모두 통학을 했다. 

하늘이는 나를 편하게 대했다. 가끔 하늘이의 텐션이 너무 높아

감당하기 어려울때도 있지만 하늘이가 있어 든든했다.

 

첫 등교날에는 재미는 없었지만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어서 나름 괜찮았다.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하늘이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가는내내 하늘이의 입은 쉬지를 않았다.

 

숙소 도착하려면 절반을 더 걸어야하는데 누군가 내 목덜미를 붙잡고는 헤드락을 걸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숨이 턱 막혔고 기침을 했다.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습실에서 본 양아치같이 생긴 선배였다.

 

"이야~ 이게 누구야 찹쌀떡아니야 찹쌀떡~"

"켁.. 케...ㄱ 켁"

 

내 볼을 연신 또 만져대며 말한다.

 

"형 안보고싶었어?"

 

옆에서 지켜보던 하늘이가 한마디했다.

 

"우신이 괴롭히지 마세요"

댓글
1
  • 2023.06.08

    너무 난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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